어쩌다 보니 주말마다 카페를 찾아다니는 게 작은 여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에는 용인에 있는 아리랑 동원을 찾았다. 이름만으로도 어딘가 한국적인 기운이 묻어나는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작은 전시장, 혹은 조용한 정원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압도적인 실내 인테리어였다.
천장이 높게 뚫려 있어 시원한 개방감을 주었고, 한쪽 벽면에는 거대한 바위산 모양의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바위를 따라 흘러내리듯 비추고 있었는데, 마치 어느 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잔잔한 음악이 뒤섞여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내부를 조금 더 둘러보니 곳곳에 나무와 조형물이 배치되어 있었고, 2층에는 다리를 건너듯 연결된 좌석들이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장면 같았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노트북을 펼친 이들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각자의 시간을 존중받는 느낌, 그것이 이곳의 매력이었다.
-

야외 공간, 바람이 스치는 길
실내의 웅장함과는 달리 야외로 나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하얀 천으로 가볍게 그늘을 드리운 길, 그 아래로 자갈이 깔려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다. 곳곳에는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잠시 앉아 바람을 맞으며 차를 즐기기 좋았다. 여름의 햇볕은 따갑지만, 하얀 그늘막 아래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은 그 모든 걸 잊게 했다.
멀리 보이는 푸른 숲과 가까이에서 흔들리는 작은 나무들이 마치 산책길처럼 느껴져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된다. 도심 속 카페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
달항아리에 담긴 커피
이곳에서 주문한 건 단호박 식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메뉴판을 보고 단호박 식혜라는 이름이 신기해서 시켜봤는데, 첫 모금은 달달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담백하고 은은한 맛이 났다. 단호박의 향이 살짝 맴돌긴 했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 밍밍하게 느껴져 아쉬움이 남았다. 달달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살짝 심심할 수도 있겠다.
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정말 독특했다. 작은 커피잔에 담겨 나왔는데, 잔이 흰색 달항아리였다. 흔히 보는 유리컵이 아니라서 처음엔 조금 당황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꽤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둥글둥글한 달항아리 속에 시원한 커피가 담겨 있으니, 마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순간 같았다.
다만 달항아리가 생각보다 꽤 무거워서 조심히 들어야 했다. 작은 잔인데도 무게가 손끝에 묵직하게 전해졌고, 괜히 실수로 떨어뜨릴까 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하지만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 경험이었다. "아리랑 동원에서 커피를 마셨다"라는 말보다, "달항아리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라는 문장이 훨씬 특별하게 다가온다.
---

아쉬움과 만족 사이
사실 가장 기대했던 건 소금빵이었다. 다른 방문자들의 후기를 보며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때는 이미 다 팔린 뒤였다. 대신 다른 빵 몇 가지를 골라 맛보았다.
갓 구운 듯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맛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간이 조금 센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와 함께 먹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빵만 단독으로 먹는다면 짭조름한 맛이 조금 강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과 커피를 곁들여 앉아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배경 음악처럼 흘러갔다.
---

편리한 주차, 그리고 다시 오고 싶은 공간
카페를 찾을 때 은근히 중요한 게 주차 공간이다.
아리랑 동원은 주차가 넉넉한 편이라 큰 걱정 없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도 여유 있게 차를 댈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단호박 식혜의 아쉬움, 소금빵을 먹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이곳이 주는 분위기의 힘이었다. 단순히 음료의 맛을 넘어, 이곳에서 보낸 한 시간이 주는 여유와 특별함이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와서 소금빵도 맛보고, 야외 정원에서 천천히 커피를 즐기고 싶다.
---
마무리
용인 아리랑 동원은 단순히 카페라기보다는 작은 여행지 같았다.
웅장한 실내, 자연을 닮은 야외 공간, 그리고 달항아리에 담긴 아메리카노까지. 그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주었다.
맛만으로 평가한다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공간이 주는 울림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잠시나마 도심을 벗어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
📍 용인 아리랑 동원
주차: 넉넉함
추천 메뉴: 아이스 아메리카노 (달항아리 체험)
아쉬운 점: 단호박 식혜의 담백함, 소금빵 품절